역사 성곽은 쉽게 ‘바라보는 유적’이 된다. 해미읍성은 질문을 ‘무엇이 남았는가’에서 ‘도시는 지금 이 공간을 어떻게 쓰는가’로 바꿀 때 더 흥미롭다. 2026 서산해미읍성축제는 10월 9~11일 열리며 미디어아트, 드론쇼, 클래식, 뮤지컬 갈라, 피크닉, 야간 경관전시를 성곽 내부에서 운영한다. 성은 단순 배경이 아니라 행사 공간 구조 자체가 된다. 이 사용법은 서산시의 장기 방향과도 맞는다. 시는 해미읍성축제를 전통적인 역사문화축제를 넘어 약 600년 성곽을 야외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축제로 발전시키겠다고 설명해왔다. 이 장소에는 군사·종교 역사가 겹쳐 있어 오늘의 공연은 수세기 전 의미가 축적된 공간에서 열린다. 그렇다고 현대 프로그램이 ‘역사 재현’인 것은 아니다. 드론쇼와 미디어아트는 과거 생활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오늘의 도시가 유산공간을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방문자는 낮에는 성벽·문을 문화유산으로 읽고, 밤에는 같은 공간이 음악·영상·휴식의 공공장소로 바뀌는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이 가장 유용하다. 다만 모든 회차 시간, 지정좌석, 외국어 해설, 무장애 동선, 우천 대응은 확인하지 않았다. 야간 프로그램은 정적인 낮 관람보다 날씨·혼잡에 더 민감하다. 핵심은 ‘얼마나 진짜 역사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구조와 새로운 프로그램의 차이를 유지하면서, 보존된 성곽이 오늘의 시민생활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