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한글 100주년 기념은 눈으로 보는 글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가장 의미 있는 전시 가운데 하나는 손끝으로 읽는 여섯 개의 점에서 시작한다.
1888년 강화에서 태어난 박두성은 1913년 제생원 맹아부 교사로 부임해 시각장애인 교육에 힘썼다. 국립한글박물관에 따르면 그는 제자들과 함께 배우기 쉽고, 점의 수가 적고, 서로 헷갈리지 않는 6점식 한글 점자를 연구했다. 그리고 1926년 11월 4일 63개의 점자로 이루어진 ‘훈맹정음’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날짜가 중요한 이유는 훈맹정음이 단순한 표기 기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를 ‘읽을 권리’의 문제로 설명한다. 교육을 받고, 일상의 정보를 읽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힌 문자라는 뜻이다. 100년 뒤 인천에서 열리는 특별전은 국가등록유산 『훈맹정음』(1926), 시각장애인 교육의 역사 자료, 국내외 점자 관련 유물, 주요 전시자료의 촉각모형을 함께 보여준다.
전시 방식 자체도 접근성을 주제로 삼는다. 주요 전시품을 촉각모형으로 제작하고 접근성 해설과 보조 콘텐츠를 더해, ‘보는 전시’에서 ‘손으로 만나고 감각으로 이해하는 전시’로 확장하려는 의도를 밝히고 있다.
외국인 방문자에게도 이 전시는 세종대왕, 글자 디자인, 한글의 시각적 아름다움에 집중해 온 익숙한 이야기의 좋은 반대편이 된다. 한국 문자문화의 역사에는 서로 다른 몸과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문자를 바꾸고 확장해 온 과정도 포함된다. 100주년은 결국 더 큰 질문을 던진다. 아무리 잘 만든 문자라도 실제로 누가 교육과 문화, 공적 삶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가?